성현이나 범인이나 다 같은 사람이다.

도를 깨우쳤다하여 자연이 따로 자리를 내어주지 않듯이
성현이나 범인이나 한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다 똑같다.
웃을 때 웃고 슬플 때 슬퍼하며 사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이다.
성현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석상처럼 감정도 없고 모든 면에서 초월해야만 성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아라
사람으로서 감정을 멈춰둘 수가 있는지를
희노애락애오욕의 칠정에서 한시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범인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번뇌하고 자신을 꾸짖는 일로 하루일과를 마친다는 사실을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주가 멈추지 않는 한 이일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누군들 땅을 밟지 않고 살수가 있으며
이상적인 꿈속에서 잠만 잘 수가 있는지를

남을 위한답시고 성역에 들어 온갖 특혜와 존경이나 받으려고 한다면
진정한 성현의 자세라고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성현은 자신이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욕심 많은 추종자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가면이라는 것을
깨달음이 무엇인가
일신의 욕심이나 채우고자 그 먼 길을 돌아가겠는가
아니다
오히려 범인보다 더 초라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깨달음을 얻고 난 후
자신을 낮추는 법부터 배우고자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야 하던가
그렇다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서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마치 성현들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범인들이다.
오히려 성현들은 뒷짐이나 지고 소극적인 자세로 순리에 맞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앞에서 뛰는 것은 범인들인 것이다.

기적 같은 일들을 믿지 말자
신화도 믿지 말자
더구나 글로 포장된 말은 더욱 믿지말자
비록 꿈이 무너질망정
문제의 시작은 여기에서 발단되어지기 때문이다.
기적이라는 것도 잘 따지고 보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자연의 능력이다.
그리고 선승들의 말장난에 휘말리지 말자.
도는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이다.
침묵만큼 도를 대변해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가끔씩 지식으로 도를 표현해내는 사람이 있다. 자신의 학식을 이용하여 논리적으로
하지만 안으로는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는 겉에서만 빙빙도는 허구적인 도로 끝나기 쉽다.
생각을 해보아라
형체도 알지 못하고 만질 수도 없는데 무슨 수로 그 안을 들여다볼 수가 있는지를

이제부터 성현들을 부러워하지 말자.
그냥 똑같은 사람으로서 나보다 조금 앞서간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자
성현들이라고 축지법을 쓰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생각의 차이
행동의 차이
다 잊어버리자
주어진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갈 길이라는 것이나 알아두자.

2002년 12월 4일 수요일
이제부터 성현들을 부러워하지 말자.
성현이나 범인이나 다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굳이 따로 구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갈 길이라는 것이나 알아두자.

청아당 엄 상 호 詩